세일즈

적응적 판매, 양꼬치집에서 떠올린 영업 방법

같은 스크립트를 써도 고객의 결정 속도는 다릅니다. 양꼬치집 회식에서 떠올린 비유를 바탕으로 적응적 판매의 뜻과, 고객이 더 필요한 정보에 맞춰 설명·자료·다음 연락을 조정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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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명
백세명 RevOps 리더

영업 15년. 국내 SaaS 매출 20배 · SDR/BDR 조직 0에서 설계 · 세일즈 프로세스 시스템화. 축산 연구원에서 생명보험·공공입찰·SaaS로. 삼성SDS·한국예탁결제원 사내 세미나 연사.

고객에게 필요한 내용을 듣고 설명과 자료를 조정한 뒤 다시 반응을 확인하는 적응적 판매의 순환

적응적 판매는 고객의 상황을 듣고 설명과 접근을 바꾸는 영업 방식입니다. 같은 메시지와 스크립트를 준비했더라도, 고객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까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얼마 전 양꼬치집에서 팀 회식을 했습니다. 자동으로 꼬치를 돌려주는 기계 앞에서 문득 세일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익혀지지 않은 양고기는 마치 각기 다른 잠재고객 같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꼬치 기계에, 같은 불에 고기를 올리지만 누구는 빠르게 돌고, 누구는 느리게 돌고, 누구는 강한 불 앞에, 누구는 약한 불 앞에 서 있습니다. 익는 속도도, 결과도 당연히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일즈에서 일정한 성공 방정식을 기대하곤 합니다. 같은 프로세스, 같은 메시지, 같은 템플릿, 같은 스크립트로 같은 성과를 예상하는 거죠.

적응적 판매는 말을 그때그때 바꾸는 건가요?

고객에게 들은 정보에 맞춰 설명하는 방법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제품의 기능이나 약속할 범위를 상대에 따라 바꿔 말하는 일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Spiro와 Weitz의 연구는 판매 상황을 어떻게 파악했는지에 따라 고객 간에, 또는 한 고객과 대화하는 도중에도 설명을 바꾸는 것을 적응적 판매로 다룹니다. 공개 초록에는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정보를 수집하고 실제로 접근을 바꾸는 행동을 측정했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양꼬치집에서 떠올린 것도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열을 가하는 영업의 문제였습니다. 어떤 고객은 바짝 익힌 고기처럼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길 원하고, 어떤 고객은 조금 식혀서 신뢰를 다지고 충분한 상담을 받은 후 움직입니다. 어떤 고객은 단순한 소금 같은 가치 제안을 좋아하고, 어떤 고객은 양파장아찌 같은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곁들여야 설득됩니다.

같은 고객도 첫 미팅과 내부 검토를 마친 뒤에 궁금한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 제품을 소개해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다음 미팅에서도 제품 소개부터 다시 하면, 정작 이번에 확인하려던 내용은 뒤로 밀립니다.

같은 스크립트로 설명했는데 왜 반응이 다를까요?

지금 결정을 위해 확인해야 하는 일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고객에게는 제공 범위를 짧게 확인하는 일이 남았고, 다른 고객에게는 동료에게 설명할 근거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듣지 않고 한쪽에는 설명을 더 쏟아붓고, 다른 쪽에는 결정을 재촉하면 서로 답답해집니다. 빨리 결정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설명이 너무 길고, 내부에 보고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자료가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아래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접근을 바꿔보는 대화 예시입니다. 실제 고객 발언이나 적용 성과를 옮긴 표는 아닙니다.

고객에게 들은 내용의 예시조정해볼 설명과 다음 행동
“제공 범위만 확인하면 됩니다.”이미 들은 개론을 반복하기보다 포함·제외 항목을 확인합니다.
“다른 부서에도 설명해야 해요.”함께 검토할 사람이 궁금해할 근거와 비교 조건을 정리합니다.
“우리 업무에서도 되는지 모르겠어요.”실제로 처리할 업무 하나와 확인할 결과를 먼저 합의합니다.
“이번에는 진행하기 어려워요.”이유와 재검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후속 연락 여부를 함께 정합니다.

말을 멋지게 바꾸기 전에 “지금 결정하시려면 무엇을 더 확인하셔야 하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미 들은 내용이라면 다시 같은 질문을 하기보다, 그 확인을 도울 자료를 준비해야겠죠.

콜드콜 스크립트도 첫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고객이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꺼내면, 준비한 다음 문장을 읽기 전에 그 내용부터 들어야 합니다.

고객의 속도에 맞추면 연락도 늦춰야 하나요?

기다릴 이유와 다음에 확인할 일을 함께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대가 답하지 않는데 매번 같은 자료를 보내는 것까지 고객에게 맞춘 영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내부에서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언제까지 어떤 내용을 검토할 예정인지 들을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묻고요. 그 대답에 맞춰 보내줄 자료와 다시 연락할 시점을 정합니다.

아직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그 답도 들어야 합니다. 다른 자료를 더 보내면 마음이 바뀔 거라고 혼자 정하지 않습니다. 재검토할 일이 생길 때 연락을 받아도 되는지 확인할 수는 있겠습니다. 연락을 이어가는 문장은 팔로우업 메일 예시에서 더 다뤘습니다.

영업팀이 같이 볼 것은 무엇일까요?

같은 스크립트를 그대로 읽었는지보다, 고객의 어떤 말을 듣고 무엇을 바꿨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제각각 설명하도록 두자는 뜻은 아닙니다. 제품의 사실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은 같아야 합니다.

미팅을 돌아볼 때는 고객이 요청한 정보가 무엇이었는지, 준비해간 설명 중 무엇을 줄이거나 더했는지, 그 뒤 고객이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같이 읽어볼 수 있습니다. 고객이 말하지 않은 내용을 성격이나 분위기로 추측해서 채우지는 않고요.

고객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를 볼 때도 같은 질문이 남습니다. 제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자기 일에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 것인지, 지금 진행할 여건이 없는 것인지에 따라 도울 내용이 다릅니다.

세일즈는 모두를 한 번에, 같은 온도로, 같은 방식으로 ‘익히는’ 일이 아닙니다. 각 고객에게 맞는 속도, 맞는 접근, 맞는 레시피를 찾도록 돕는 일입니다. 즉각적인 성과나 답이 정해진 방정식만 바라보다가, 고객과 세일즈맨이 가진 고유한 맛과 속도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했습니다.

고객마다 설명을 바꾸려는데 팀에는 무엇을 공통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이라면, 최근 상담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세요. 고객에게 실제로 들은 말과 그 뒤에 한 제안을 같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적응적 판매란 무엇인가요?
고객과 판매 상황에서 얻은 정보에 따라 설명과 접근 방식을 바꾸는 영업입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뿐 아니라 같은 고객과 이야기하는 중에도 새로 알게 된 내용에 맞춰 설명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적응적 판매를 하려면 스크립트를 없애야 하나요?
스크립트는 준비와 연습에 쓸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객이 이미 아는 내용이나 새로 꺼낸 걱정을 듣고도 같은 순서를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격·제공 범위 같은 사실은 유지하고 설명과 자료의 순서를 조정합니다.
고객을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법인가요?
이 글은 고객을 고정된 성격 유형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지금 결정하려면 어떤 정보나 검토가 필요한지 직접 묻고, 고객이 말한 상황에 맞춰 다음 행동을 정합니다.
고객이 결정을 늦추면 계속 기다려야 하나요?
추가 검토에 필요한 내용과 확인할 시점을 함께 정할 수 있습니다. 진행 의사가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 추측으로 채우지 않고 묻습니다. 고객 속도에 맞춘다는 이유로 약속 없이 계속 연락만 이어가지는 않습니다.
적응적 판매를 적용하면 매출이 오르나요?
고객에 맞춰 접근을 조정하는 관점이지 계약을 보장하는 공식은 아닙니다. 이 글에 소개한1990년 연구는 적응적 판매의 개념과 자기보고식 측정을 다룹니다. 본문의 적용 예시를 실제 매출 성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출처

  1. Spiro & Weitz (1990), Adaptive Selling: Conceptualization, Measurement, and Nomological Validity — 공개 초록의 개념·측정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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